'편집자노트'에 해당되는 글 29건
- 2011.12.12 :: 원서 소개, <웹 디자이너를 위한 jQuery> 8
- 2011.09.04 :: 책이 갖추어야 할 요소 ver0.5
- 2011.08.23 :: 책, 비판적 읽기가 선행되어야
- 2011.08.18 :: 출판에 관한 짧은 생각
- 2011.08.03 :: 교정의 원칙
- 2011.07.07 :: 책의 라이프사이클, 그리고 편집자
- 2011.07.01 :: 색의 미학
- 2011.06.20 :: 훨씬 똑똑해지고 좋아진 맞춤법 검사기
- 2011.05.27 :: 독자서평의 추억
- 2011.05.27 :: 편집자는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5
클릭하시면, 아마존재팬의 도서 소개 사이트를 볼 수 있습니다.
원서는 2010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원서 검토 결과 jQuery 라이브러리 버전이 1.3 버전대더군요. 하지만, 해당 내용의 정교한 구성에 깜짝 놀랬습니다. 번역 과정에서는 버전업을 해서 내용을 추가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기를 탄탄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버전업이 되어도 해당 라이브러리를 찾아서 쓸 수 있는 응용력을 확실하게 길러주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jQuery 라이브러리는 아직도 계속 추가되고 있으며 현재는 1.6 버전입니다. jQuery는 서버에 저장해놓고 해당 페이지에 불러와서 쓸 수도 있고 구글 서버 페이지를 링크해서 쓸 수도 있습니다. 항상 최신 버전을 쓰겠다는 옵션을 넣어두면 어떤 jQuery 버전의 라이브러리를 쓰더라도 문제 없습니다.
이 책은 일본의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 재팬의 IT/컴퓨터 분야에서 1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20위 안에 랭크되어 있는 초베스트셀러입니다.
독자 서평을 한번 살펴볼까요.
17개의 최고평점이 달려 있습니다.
대표적인 서평을 한번 요약해보았습니다.
1. 프로그래밍 초보자에게 추천한다.
2. 정말 웹 제작 현장에서 사용할 만한 책이다.
3. jQuery의 교과서라 볼 수 있다.
4. jQuery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5. HTML과 CSS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 충분히 쓸 수 있다.
6. 실용 예제가 포함되어 있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
편집자로서 제가 느낀 점입니다.
1.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HTML5&CSS3를 이미 진행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상당히 재밌게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2. jQuery는 디자인을 사용자 요구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시켜주기 위한 용도로 만든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입니다. HTML과 CSS로 정적인 디자인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어떤 요청을 했을 경우 디자인을 동적으로 변경해주어야 하는데, 이것을 자바스크립트로 짜게 되면 엄청나 노동이 필요합니다. 진짜 프로그래밍 영역이 되는거죠. 그런데, jQuery는 CSS의 대표적인 개념인 셀렉터를 이용해서 멋지게 디자인을 마법처럼 바꿔준다는 것이죠. 이게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3. 인터넷에 엄청나게 많은 플러그인이 제작되어 기본적인 원리를 이 책을 통해 배운다면 정말 무궁무진하게 웹사이트의 디자인적 유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서 소개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간단하게 위와 같이 원서를 한 번 소개하였습니다. 책 선택시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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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갖추어야 할 요소는 크게 내용과 형식 두 가지 측면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형식적인 측면은 제껴두고 책의 가치(혹은 무게감)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내용적인 측면을 생각해보았다.
1. 분명한 컨셉
편집자라면 누구나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컨셉 정의와 구현일 것이다. 컨셉 도출과 구현 능력이야말로 편집자의 내공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나게 해준다.
출판은 컨셉으로 시작해서 컨셉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을 때, 그 한줄을 보통 컨셉이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그 한 줄의 메시지를 1페이지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관통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게 책이 갖추어야 할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제1요소라고 생각한다.
블루오션의 새로운 주제를 개척하든, 레드오션의 경쟁적 주제에 뛰어들든 컨셉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혹 실패를 하더라도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기에 정말로 중요하다.
2. 목표를 향한 논리적 전개
논리적이어야 한다. 목표점이 있어야 하고, 그 목표점을 향해 중간중간 길을 잃지 않아야 한다. 강은 지류를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본류가 넓어지고 커지지만, 책은 지류가 많을수록 본류가 흐트러지거나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막힐 가능성이 크다. 지류는 특히 그 깊이(depth)와 양을 조절하여 삼천포로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논리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류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스토리 요약을 해봐야 한다. 목차만 갖고는 책의 논리적 구성력을 파악하기 힘들다. 별도로 짧은 문장으로 요약을 해나가면서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3. 추정이 아닌 실험과 경험을 통한 정확한 정보
책에서 정확한 정보의 전달이야말로 굉장히 중요하다. 추정에 의해 서술하는 것이 정확성을 해치는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용으로만 가득찬 원고는 저작권 침해 가능성뿐만 아니라 논리적 전개를 막는 가장 큰 원인이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실험하고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책의 저술 기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요소가 정확한 정보를 가져야 하는 책의 특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4. 독창성
여기서의 독창성은 서술적 전개의 독창성을 일컫는다. 수많은 출판사가 같은 주제의 책을 지속적으로 경쟁적으로 출간한다. 특히 시장이 큰 주제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 독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저작권 문제에 대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독창성에 근거해야 독자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와 집필을 완전하게 분리하는 것이다.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다른 도서나 참고자료의 연구 없이 집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연구와 집필을 병행하게 되면 참고했던 자료의 지식을 그대로 베껴쓰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저자의 지식 한도내에서 집필을 해나가되, 막히는 부분은 <연구필요> <참고 필요> <확인 필요> 등으로 메모해놓고 나중에 한번 더 그 부분을 연구하고 참고자료를 살펴본 후에 다시 한번 백지 상태에서 저술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서술시에 비슷하게 인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 출처를 밝히는 게 좋다.
편집자도 독창성의 관점에서 항상 살펴봐야 한다. 독창성은 논리적 전개라는 관점에 보면 쉽게 점검할 수 있는 영역이다.
5. 흥미 유발
책은 논문과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잡지와 같은 일회성 지식 전달 매체와도 확연히 다르다. 독자에게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흥미를 북돋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흥미 유발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핵심을 놓쳐버린 흥미유발은 독자에게 짜증만 불러온다.
6. 장인정신이 들어가야
나의 멘토였던 분께서 책에 들어갈 그래프 하나 찾기 위해 하루 온종일 광활한 인터넷을 뒤졌다는 에피소드를 얘기해준 적이 있다. 바로 이런 게 장인정신이 아닌가 싶다. 적절한 용어를 찾고 적절한 표현을 찾고 적절한 그림을 생각해내고 적절한 도표를 만들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찾고 연구하는 열정, 그게 곧 장인정신이라고 본다.
모든 책을 장인정신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떤 책은 저자 중심의 책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책은 타이밍 때문에 빠른 정보전달을 위해 소소한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일정 비율로 중요한 주제들을 선정하고 장인정신을 갖고 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책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정리해보았지만, 참으로 힘든 영역이다. 시장, 타이밍, 독자성향 등등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게 출판이라는 시장이다보니 더욱 그러하다.
제목에 ver0.5라고 한 이유는 나중에 이 글을 한번 더 갱신하고 픈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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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밥(?)을 먹기 전에는 책은 곧 진리인 줄 알았다.
오류나 함정, 그리고 때로는 나에게 해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사람이 만들다보니 사람의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책은 만든 사람들의 철학이나 생각, 가치관이 들어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의사처럼 독자 한명 한명의 체질에 맞는 처방전을 줄 수도 없다.
대충 만든 책이라면 정체불명의 파악도 안 되는 요상한 게 들어가 있어 어찌 보면 대충 만든 게 불순한(?) 의도로 만든 책보다 더 해악적일지도 모르겠다. 정체를 파악할 수 없고 비판적 읽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뭘 알아야 비판을 하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두고 비판적 읽기를 하는 게 가장 좋은 게 아닌가 싶다. 너무 가까우면 맹신이 되어 자신에게 맞지 않은 처방전을 얻을 수 있고 너무 멀면 항상 부정적 시각 때문에 제때 처방해야 할 것을 놓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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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세상에 내보는데, 그 무엇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진다.
처음 출판을 시작했을 때는 단지 오류없는 컨텐츠를 내보내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부분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컨텐츠에 가치와 의미를 담아 어떤 메시지를 내보내야 한다는 약간의 의식적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 컨셉이 뭐니? 목적이 뭐니? 가치가 뭐니? 누구를 위한거니? 등등.
그런데,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무언가를 세상에 내보낸다." 할 때 그 무엇은 사람인 것 같다. 즉 사람을 출판하고 사람을 퍼블리싱하는 것 같다.
책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다. 그 사람들의 얼굴이다. 저자가 제일 앞에 등장하지만,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와 같은 여러 스탭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
컨텐츠를 내보낸다는 것은 왠지 대타를 내보낸다는 느낌 같다. 사람을 퍼블리싱한다는 것이 진정한 출판의 의미 아닐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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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에 있어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보았다.
누구나 새롭게 어떤 일을 시작하면 자세나 열정이 최고조에 이른다. 편집자도 조판되어 나온 원고를 처음 만나면 눈빛부터가 다르다. 이것저것 연구도 많이 한다. 문장도 몇번씩 곱씹어본다. 저자 요청사항도 꼼꼼하게 정리해둔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각오와 자세가 흐려진다는 데 있다.
처음과 끝이 같아야 일관된 품질이 나오는 것 같다. 오랫만의 교정을 하다보니 기복이 심했던 것 같다. 들락날락이 있다보니 실수가 나온다.
무슨 일이든 뚜벅뚜벅 처음의 페이스로 끝까지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교정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마지막에 스퍼트를 내서 마감을 지을 수 있는 100m 달리기와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처음과 끝의 일관성(집중도, 열정, 투자시간 등등)이 교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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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똑똑해지고 좋아진 맞춤법 검사기 (0) | 2011.06.20 |
책의 라이프사이클을 함께 하다보면 리듬이라는 게 있다.
리듬은 곧 편집자의 심리상태와 비슷하다. 기획부터 책의 형태로 완성되기까지 편집자의 리듬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리고 절판이라는 장렬한 죽음까지 함께 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본능적 오감을 동원해 시장의 정보를 읽고 한줄의 메시지를 찾고 그거 하나에 의지해서 책의 모습을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이때의 심리상태는 장거리 마라톤 선수가 스타트하기 전 심호흡하고 전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여유를 보이는 것과 같이 편집자도 힘과 패기가 있는 상태이다. 여유도 있다.
패기와 힘이 있다보니 온갖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칫 만들고자 하는 책의 꼴을 잃어버리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만질 수 있는 형태도 없다보니 긴장감도 그리 크지 않다. 실물을 보고 느끼는 게 아니라 오로지 머릿속으로만 그리는 무형의 상상체로 결과를 예상할 뿐이다. 이 단계에서 편집자의 내공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기획서의 한줄한줄이 바로 편집자의 내공이다. 바로 기획이라고 일컫는 단계이다.
자신감이 충만해 있던 기획 단계가 끝나고 구현단계로 넘어가면 점차 편집자의 심리 상태도 요동치기 시작한다. 원고가 들어오면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자신감의 등락폭이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물론, 그 심리 상태는 외부로 표출되지는 않는다. 이 단계에서는 특히나 지구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끈질기게 원고를 좇아 제대로 목표지점으로 길을 잡을 수 있도록 치밀한 관리를 해야 하는 때이다. 편집자가 지구력을 잃어버리면 이때부터는 오로지 저자만 힘겹게 목표점까지 가야 하는 고독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편집자의 직무유기이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의지를 불태우는 단계가 교정(디자인된 원고를 편집하는 작업) 단계이다. 이때는 초기에 그렸던 실물과 거의 흡사한 모습을 보게 된다. 목표가 코앞이라 생각하니 스퍼트를 내게 된다. 그러나, 또 금새 그 디자인에 익숙해지다보면 역시 이 단계에서도 편집자의 심리 상태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디자인된 상태에서 편집자는 총 삼세번을 교정한다. 물론 네번 다섯번 보는 경우도 있지만 예외적이다. 초벌원고를 받을 때 한번(두번 세번일 수도 있다), 최종확인 한번 그리고 디자인된 상태로 교정 삼세번까지 합하면 최소 다섯번이나 원고를 보게 된다.
교정 단계에서 삼세번을 보는 이유는 각 단계마다 봐야 할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매번 원고를 정독하는 것은 같다. 오랜 출판의 전통에서 깨달은 노하우가 알게 모르게 전파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원고를 다섯번이나 보면 감동이 갈수록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 떨어지는 감동의 끝자락을 어떻게든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는 게 바로 편집자가 가져야 할 집요한 지구력인 것 같다.
모든 단계가 끝나고 표지가 나오면, 다시 한번 편집자의 가슴은 쿵쾅거린다. 실체에 90%까지 근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때부터는 그 어느 단계보다 편집자의 심리 등락폭이 크다. 설레다가도 풀이 죽기도 하고 또렷하다가도 애매하다. 시험준비는 열심히 했어도 막상 시험 결과를 기다릴 때 정말 초조한 것처럼. 책이 나오기 직전 가제본의 느낌이 다르고 또 제본이 완성되어 책의 형태로 나왔을 때 심리상태가 다르다.
책이 제본되어 견본으로 도착했을 때 책에서 나는 화학약품(뭔지 모르겠다)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감정의 최고조에 이른다. 아무리 시니어 편집자라도 그 순간의 벅찬 감동은 피해갈 수 없다.
시장에 내보내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도 있고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때는 만들 때만큼 심리적 상태가 요동치지는 않는다. 결과에 수긍하는 것이다(물론, 사장님은 다르겠지만 ^^).
그리고 절판이라는 이름으로 책의 라이프사이클이 끝이 난다. 편집자의 가슴속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성장이라는 열매로 남게 된다. 때론 이름모를 독자의 어느 책장 한귀퉁이에 내 책이 있을거라는 가슴두근거림이 잔잔하게 남기도 한다.
오늘 이 편집자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든 가제본을 받아보았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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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난 경제학 전공이다. 대학 때는 F를 수도 없이 달고 다니긴 했지만 일반인보다 조금 더 깊게 수요공급 곡선에 대해 안다는 정도로 위안을 삼는다.
그렇다고 관련 서적을 탐구하면서 배우자니 이미 뼛속까지 유전자처럼 박혀있는 나의 디자인감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아 지레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몇가지 기준을 갖고 내가 답을 내는 형식으로 색을 결정하곤 한다.
1) 색으로서 어떤 느낌을 전달하려 하는가?
2) 독자에게 불편하게 느끼도록 하는 요소는 없는가?
3) 본판(텍스트)을 흐리게 하지는 않은가?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처음 디자인을 설계할 때 디자이너와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하고 기획 의도와 목적, 독자의 성향 등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본다.
아무튼 위의 기준에 대한 답이라는 것도 사실 주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성의있는 형식을 갖추고 그것을 실천하다보면 어떤 통계가 보인다. 그 통계에 따라 객관성을 조금씩 부여하면서 영점조정을 해나가는 게 나의 아마추어적인 방식이다.
기준 1)번은 "웅장하다" "따듯하다" "시원하다" "화려하다" "소박하다" 등의 형용사적 느낌을 주로 활용하지만 우리말 어휘가 딸린 나로서도 참 힘든 영역이다. 그래서 만날 비슷비슷한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으로 조금 더 발전시켜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2)번과 3)번의 기준은 디자인적인 완성도 또는 아름다움과 항상 대치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적인 아름다움만 생각하다보면 화장만 그럴싸 하게 해서 본판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화장미인으로 만들어버리곤 한다. 본래 컨텐츠를 더 빛나게 해야 하는 데 말이다. 그런데도 디자인적인 아름다움을 자꾸 고집하게 된다. 남자가 예쁘게 화장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래서 디자인은 책이 나올 때까지 컨텐츠와 충분히 교감한 편집자가 그 느낌을 갖고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소극적으로 남의 의견에 따라 이리갔다 저리갔다 해선 안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난 이리갔다 저리갔다 했다.
그래도 최선의 선택을 한 것 같다. 오늘 의견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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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편집자는 쪼잔해보이기까지 하고 어떤 땐 병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작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에이~ 그거 맞춤법 좀 틀리면 어때?
우리가 어떤 글이 "아름답다, 멋있다, 울림이 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직관이 주는 결과이겠지만, 그 직관을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보이지 않은 디테일의 규칙성 때문인 것 같다. 맞춤법이 이러한 보이지 않은(실제로는 보이지만) 규칙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외에 비문이 없어야 하거나 제목이 제대로 처리되고 단락이 잘 나누어지고 그림이 적재적소에 들어가야 하고 등등의 규칙이 있는 것 같다.
<해커와 화가>라는 책에서도 명작의 보이지 않은 디테일을 강조하고 있고 프로그래머도 코딩 스타일이라는 규칙을 지켜 직관적으로 코드를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 같다.
또한 의사소통에서도 잘 보이지 않은 기본적인 규칙들이 있다. 말을 꼬지 않고 제대로 한다거나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다거나 상대방을 유쾌하게 하는 적절한 유머를 구사한다거나.
똑똑한 맞춤법 얘기에서 시작해서 의사소통까지 논리적 비약이 있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은 규칙을 잘 지켜내는 것도 편집자의 중요한 소양 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헷갈리는 맞춤법을 일일이 테스트해보는 것은 좀 짜증나는 작업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검사기가 알려준 대로 하면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맞춤법 신경 쓰다 비문을 놓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편집 프로세스마다 단계가 있기는 하지만.
흐미~~ 더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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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저티브이든 네거티브이든 분명 이유가 있다. 이유없는 독자 클레임은 없다. 우리가 쓰는 전자제품이든 책이든 똑같은 소비재다. 쓰다가 열받으면 AS를 신청하든지 어디다가 분풀이라도 해야 하는 게 독자의 마음이고 소비자의 마음이다.
그걸 알면서도 편집자도 사람인지라 서슬 퍼런 서평에 시퍼렇게 멍이 든다. 이때 편집자의 자세가 어떠느냐에 따라 그들의 성장맵이 달리 그려진다. 정말 중요한 시점이다. "운이 없었다." "뭐~ 그정도의 서평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이런 식이면 편집자로서 성장은 아득하다. 출판사의 성장도 요원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정리해내고 그것을 다음 책에 하나하나씩 반영할 때 비로소 편집자는 쭉쭉 뻗어갈 수 있다. 이 세상에 완전한 책은 없다. 다만 독자의 절박한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나가고 독자와 조금씩 교감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편집자의 덕목 중 중요한 한 가지인 것은 분명하다.
독자 클레임은 베테랑 시니어 편집자도 피해갈 수 없다. 책이라는 게 철저하게 계획되고 의도된 제픔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일부는 비판적 읽기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이런 클레임을 애써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겸손하지 않고 교만한 자만심이다. 매너리즘이다. 본래 의도의 사가지대에 있는 독자의 클레임도 이유없다 기각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볼 시점이다.
사각지대를 좀더 쉽게 표현하면, 컨텐츠가 타깃하고 있지 않은 독자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수준 높다는 것과 어렵다"는 분명 다른 말이다. 초보자를 위한 배려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래서 초보자가 중급 이상 타깃의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하더라도 그들의 눈도 '저자의 내공'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장은 그 책을 활용할 수는 없지만, 이때는 자신을 탓하지 책을 탓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희한하게 무플보다는 악플이 나을 때도 있다. 서평도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은 관심을 두는 독자가 없다는 얘기와 같기 때문이다. 이때의 악플은 분명 익명의 인터넷 악성 댓글과는 분명 다르다. 상처받아야 할 게 아니라 약으로 써야 할 소중한 재료다.
가끔 예전에 내가 냈던 책들의 서평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끄럽기도 하다. 그때의 두근거림, 가슴쓰라림, 벅찬 감동, 그런 것들이 다시 가슴속에서 일렁인다. 인터넷 서점은 절판하더라도 책 정보는 남긴다. 서평도 고스란히 남긴다. 10년 전의 책이라도. 가끔 독자 서평의 추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서 출판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게 다독인다.
"책 값이 아깝지 않았다."
독자에게 들었던 최고의 서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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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문서 분야에서 편집자로 성장했기 때문에 주로 이 분야에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사실 다른 분야는 기웃거리지도 않았고 흥미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맨처음 나에게 편집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텍스트와 페이지의 압박이었다. 첫 책이 번역서였는데, 500여 페이지가 넘었으니. 사실, 지금은 200페이지나 800페이지나 비슷한 압박으로 다가오지만. 당시는 페이지에 따라 그 압박 규모가 달라졌던 것 같다. 거기엔 난이도도 있었지만.
내가 전문서 분야에서 편집자로 성장한다는 것은, 텍스트나 페이지의 압박에서 점점 벗어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단순히 시간이 가기때문에 기능공처럼 익숙해져가는 게 아니라 어떤 단계에서 어떻게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하는 스케줄링 능력과 각 단계에서 돌발적인 문제에 대응하는 능력이 점점 나아지면서 자연스레 그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첫 단추에 해당하는 설계능력이 또 한 가지 있겠지만.
처음이건 지금이건 모든 텍스트는 편집자의 날카로운 눈을 거쳐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편집자가 추정이나 예측에 의해 텍스트를 판단하고 시장에 내보내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텍스트를 만지는 것은 노가다가 바탕에 깔려있어야 하지만, 생각없는 노가다는 편집자의 심신만 지치게 할 뿐, 성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나중에 나는 후배들을 어떻게 키워내야 할까? 아직 첫 깃발(첫책)도 꽂지 못한 내가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아닌지.
이미 이전 출판사에서 시니어편집자로서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그런 미래가 설렘보다는 긴장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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