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노트 2011. 9. 4. 22:46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분야마다 편집자의 역할 그리고 범위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분명 책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는 있는 듯하다. 내맘대로 생각이지만, 한 번 정리해본다.

책이 갖추어야 할 요소는 크게 내용과 형식 두 가지 측면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형식적인 측면은 제껴두고 책의 가치(혹은 무게감)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내용적인 측면을 생각해보았다.

1. 분명한 컨셉
편집자라면 누구나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컨셉 정의와 구현일 것이다. 컨셉 도출과 구현 능력이야말로 편집자의 내공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나게 해준다.
출판은 컨셉으로 시작해서 컨셉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을 때, 그 한줄을 보통 컨셉이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그 한 줄의 메시지를 1페이지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관통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게 책이 갖추어야 할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제1요소라고 생각한다.
블루오션의 새로운 주제를 개척하든, 레드오션의 경쟁적 주제에 뛰어들든 컨셉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혹 실패를 하더라도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기에 정말로 중요하다.

2. 목표를 향한 논리적 전개
논리적이어야 한다. 목표점이 있어야 하고, 그 목표점을 향해 중간중간 길을 잃지 않아야 한다. 강은 지류를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본류가 넓어지고 커지지만, 책은 지류가 많을수록 본류가 흐트러지거나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막힐 가능성이 크다. 지류는 특히 그 깊이(depth)와 양을 조절하여 삼천포로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논리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류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스토리 요약을 해봐야 한다. 목차만 갖고는 책의 논리적 구성력을 파악하기 힘들다. 별도로 짧은 문장으로 요약을 해나가면서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3. 추정이 아닌 실험과 경험을 통한 정확한 정보
책에서 정확한 정보의 전달이야말로 굉장히 중요하다. 추정에 의해 서술하는 것이 정확성을 해치는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용으로만 가득찬 원고는 저작권 침해 가능성뿐만 아니라 논리적 전개를 막는 가장 큰 원인이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실험하고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책의 저술 기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요소가 정확한 정보를 가져야 하는 책의 특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4. 독창성
여기서의 독창성은 서술적 전개의 독창성을 일컫는다. 수많은 출판사가 같은 주제의 책을 지속적으로 경쟁적으로 출간한다. 특히 시장이 큰 주제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 독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저작권 문제에 대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독창성에 근거해야 독자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와 집필을 완전하게 분리하는 것이다.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다른 도서나 참고자료의 연구 없이 집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연구와 집필을 병행하게 되면 참고했던 자료의 지식을 그대로 베껴쓰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저자의 지식 한도내에서 집필을 해나가되, 막히는 부분은 <연구필요> <참고 필요> <확인 필요> 등으로 메모해놓고 나중에 한번 더 그 부분을 연구하고 참고자료를 살펴본 후에 다시 한번 백지 상태에서 저술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서술시에 비슷하게 인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 출처를 밝히는 게 좋다.
편집자도 독창성의 관점에서 항상 살펴봐야 한다. 독창성은 논리적 전개라는 관점에 보면 쉽게 점검할 수 있는 영역이다.

5. 흥미 유발
책은 논문과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잡지와 같은 일회성 지식 전달 매체와도 확연히 다르다. 독자에게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흥미를 북돋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흥미 유발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핵심을 놓쳐버린 흥미유발은 독자에게 짜증만 불러온다. 

6. 장인정신이 들어가야
나의 멘토였던 분께서 책에 들어갈 그래프 하나 찾기 위해 하루 온종일 광활한 인터넷을 뒤졌다는 에피소드를 얘기해준 적이 있다. 바로 이런 게 장인정신이 아닌가 싶다. 적절한 용어를 찾고 적절한 표현을 찾고 적절한 그림을 생각해내고 적절한 도표를 만들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찾고 연구하는 열정, 그게 곧 장인정신이라고 본다.
모든 책을 장인정신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떤 책은 저자 중심의 책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책은 타이밍 때문에 빠른 정보전달을 위해 소소한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일정 비율로 중요한 주제들을 선정하고 장인정신을 갖고 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책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정리해보았지만, 참으로 힘든 영역이다. 시장, 타이밍, 독자성향 등등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게 출판이라는 시장이다보니 더욱 그러하다.
제목에 ver0.5라고 한 이유는 나중에 이 글을 한번 더 갱신하고 픈 이유 때문이다.
posted by 로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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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 2011. 8. 24. 00:00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HTML5 + CSS3>(2011년 9월 출간 예정)에서 제공하는 16진수 색상 코드입니다. 첨부파일을 확인해보세요. html로 되어 있으며, 아래는 일부 샘플 부분입니다.


컬러 이름 16진수
red #FF0000
crimson #DC143C
firebrick #B22222



posted by 로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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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노트 2011. 8. 23. 22:47

종이밥(?)을 먹기 전에는 책은 곧 진리인 줄 알았다.
오류나 함정, 그리고 때로는 나에게 해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사람이 만들다보니 사람의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책은 만든 사람들의 철학이나 생각, 가치관이 들어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의사처럼 독자 한명 한명의 체질에 맞는 처방전을 줄 수도 없다. 

대충 만든 책이라면 정체불명의 파악도 안 되는 요상한 게 들어가 있어 어찌 보면 대충 만든 게 불순한(?) 의도로 만든 책보다 더 해악적일지도 모르겠다. 정체를 파악할 수 없고 비판적 읽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뭘 알아야 비판을 하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두고 비판적 읽기를 하는 게 가장 좋은 게 아닌가 싶다. 너무 가까우면 맹신이 되어 자신에게 맞지 않은 처방전을 얻을 수 있고 너무 멀면 항상 부정적 시각 때문에 제때 처방해야 할 것을 놓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로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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