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을 전공으로 가르치는 교수님은 '좋은 학생'이 지원하지 않는다는 걱정을 하시고 졸업을 앞둔 학생은 취업할 만한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없다고 걱정하며 회사는 뽑을 만한 '좋은 프로그래머'가 없다고 한탄한다. 현직의 프로그래머는 '처우'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걱정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행복'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무엇이 문제일까? 뛰어난 능력의 프로그래머가 많이 배출되면 처우가 개선되고 미래가 밝아질까? 반대로 처우가 먼저 개선되어 현직의 프로그래머가 만족스런 삶을 살게 되면 능력 있는 사람이 모이고 산업이 발전할까? 높은 급여와 복리후생이 좋은 처우의 전부일까? 닭과 달걀의 문제를 떠나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가 행복할 수 없는 근원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런 고민은 나만 하는 것일까?
세상살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를 보면 “나만 이런 건가?”라는 외로움이 들 때다. 나를 제외하면 아무 문제 없어 보여 고민을 말하는 순간 “그건 당신 탓이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만 같다. 결국 두려움이 외로움을 낳고 의식은 깊은 곳으로 숨어 소통이 단절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라는 공감을 표시한다. 공자는 40세 “미혹하지 않았다(四十而不惑)”라는 의미로 불혹(不惑)을 이야기 했지만 불혹을 넘어선 또는 언저리에 도달한 저자들은 미혹되며 살아가는 모습과 프로그래머의 삶 굽이굽이 돌아가며 마주쳤던 고민과 선택의 경험담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푸념을 얼버무려 놓았거나 허황된 희망과 찬사로 치장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글을 읽으면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라는 동질감과 색다른(?) 희망을 얻을 수 있다.
통상 책은 지식을 전달하거나 저자의 생각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그러기에 책의 주제에 부합하는 증거는 선택되어 강화되며 부합하지 못하는 증거는 철저히 배제 당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정확히 그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동저자는 서로의 생각을 독립적으로 작성하였고 동일 사건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공한다. 앞장에서 주장된 논리가 뒷장에서 반박 당하기도 하며 문제는 공감하지만 원인과 해결책은 전혀 다르게 제시되기도 한다. 지식과 방법론을 외우고 적용하여야만 할 것 같은 참고서가 아닌 다양성을 경험하고 사고와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책으로 기획 되었다. 그럼에도 밑바탕에 견고하게 공유되는 가치는 '행복'이다. 이 책에는 행복한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한 저자들의 선택과 실패담이 담겨있다. 게다가 저자들의 이야기는 먼 해외의 사례나 통제된 환경에서의 실험 결과가 아닌 지금 현재를 공유하고 있어 그 가치가 높다. 취업을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프로그래머에게 필요한 기술 요소와 비기술 요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경력 관리를 고민 중인 독자라면 프로그래머 내의 다양한 직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조직과 사람 간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조직의 변화를 위해 설득하고 적용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변화시킨 경험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복'의 첫 걸음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공감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더 좋은 방향과 지속적인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이 직접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행복한 프로그래머'라는 명제를 이야기 하고 공감하는 데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프로그래머와 예비 프로그래머를 응원한다.
2012년 9월
대표저자 유석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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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을 하는 또 다른 이유”
남의 글을 빌어서 책을 만들지만, 내 생각이 들어가 있고 내 가치관이 들어가 있어 어찌 보면 출판 또한 편집자인 내 인생의 궤적을 만들어가는 일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단지 남의 생각을 빌어먹는 인생을 살 뿐이며, 의미 또한 없을 것이다.
지금의 숫자는 과거의 치밀한 계획과 열정이 만들어낸 산물이기 때문에 숫자를 높이려면 지금 현재 나의 자세, 일의 패턴, 기획의 방향, 업무 습관, 그리고 마인드 등을 점검해보고 새로운 나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난이도가 있는 내용도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 듯, 순리적으로 풀어라. 물론, 시간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시간 투자 안하고 좋은 결과는 없다. 이해가 안 되면 다시 읽어보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또 읽어보라. 마지막으로 이해가 안 되면 버려라!! 원고를!!!
70세 할머니가 게임을 하는 모습이 TV에 나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롭게 사시다가 자식과 손자들이 게임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물어보고 해보고 하다가 게임을 배우게 되었다 한다. 지금은 9년 째 게임 중이란다. 대단하지 않은가? 아직도 컴퓨터도 켜지 못해 손녀들이 켜주어야 하고 초등학교 문턱도 가지 못해 한글도 제대로 떼지 못했는데, 어린 친구들과 게임을 해서 상위 5%의 고수가 되다니. 참으로 이 세상엔 기이한 일도 많고 뜻하면 이루지 못할 일도 많은 것 같다. 극도의 외로움을 추친력으로 삼은 것 같다. 무엇이든 성공하려면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추친력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나에게 지금 그 추진력이란 무얼까? 외로움? 성공에 대한 욕심? 즐거움? 사명감? 돈? 빨리 나에게 로켓 추진동체가 되어줄 것을 찾아야겠다.
오늘도 그다지 생산적이지 못했다. 감수자 제본 의뢰하고 늘상 하는 일인 주문 처리하고 기증건 확인에 증정 요청 전화에 이런 저런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것은 내 일이 아닌가? 당연히 이것도 내일이다. 일을 하다 컨텍스트 스위칭하는 능력을 좀 길러야 할 것 같다. 프로그래머는 외부 인터럽트가 걸리면 그 일을 처리하고 다시 예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나도 그러는 것 같다. 오랜 기간 진행하던 한달이 지나도 원고를 못끝내다가 집중력을 발휘해 3~4일만에 끝내는 일이 다반사다. 단기간의 집중력은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기간적으로 충분한 여유를 가져야 수정을 할 수 있고 뒤집을 수 있으며 더 많은 아이디어를 보탤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분명 좋은 습관은 아니다.
뭔가 마음이 어수선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는, 주변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서류를 깔끔하게 정리해놓는다든지, 마음에 드는 연필과 볼펜을 사놓는다든지, 컴퓨터의 폴더를 정리한다든지 하는 등. 이러한 작업은 나태해졌을 때 다시 열정을 갖고 시작하게 해주는 아주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오랫동안 하나의 일을 계속하다보면 태만해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주변 정리는 정말 좋은 습관이다.
우리 딸처럼, “그냥 한번 믿어줘 봐”라는 말로 마눌님께 땡깡 부려봤자 피보는 건 나란 생각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평온하고 편한 시기가 지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요즘의 창업 초창기 스트레스 때문에 몸의 컨디션이 최악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내가 생각을 잘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랜만에 거실의 거추장스런 화분을 베란다로 옮겨놓았다. 참 나도 게으른 사람이다. 자꾸 화분에 무릎을 찧고 했는데도 그걸 그렇게 치우지 않았으니. 소소한 일이기는 하지만, 싹 비워진 빈자리를 바라보니 무더운 폭염에 시원함마저 느끼고 내 안의 에너지가 조금은 충전된 느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소한 일이라도 계속 하는 모양이다. 집을 꾸미고 텃밭을 가꾸고 하는 등. 땀이라는 게 꼭 내 일에서만 흘리는 게 아니라 다른 소소한 일에서도 흘리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는 아주 사소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적벽대전에서 패하고 조조는 부하들을 모아놓고 이런 얘길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성공만 해왔다. 승리만 해왔다. 그러다보니 실패하는 법을 몰랐다. 지금까지 성공만 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번에 패배한 것이다.”
패배,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건만, 연기력이 더해진 탓인지, 내겐 강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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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에 나온 <스토리로 이해하는 UX 디자인>의 가제본 사진을 보며 그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어 사진과 함께 기록에 남긴다.
꼭 자식 태어날 때 팔다리 온전한지 먼저 보는 것처럼, 대형사고는 없는지부터 보게 된다. 그 떨림이 사진속에 그대로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 순간에 떠오른 생각, 잽싸게 메모해둔 내용!
책이라는 것, 정말 쉽게 만들면 안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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