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노트 2011. 3. 18. 23:41
편집자? 과연 누구일까?
처음 편집자로 입문했을 때는 낯선 용어들,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따르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날 것 같은 수많은 기준들을 배웠다.
그때는 그래서 편집자가 전문가인 줄 알았다. 펜만 잡으면 규칙적으로 때론 동물적 감각으로 누가 만들어놓은지도 모른 기준이나 원칙으로 이리저리 색깔별로 부호를 넣고 멋진 글씨체로 윤문을 했던 기억들.

어, 그런데... 책이 안나가네.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는데 내용의 깊이가 없다네. 기술적 오류가 많다네. 이건 나도 잘 나갈지 몰랐는데, 독자들이 내용 좋다고 하고 베스트에도 팍~ 올라가고. 이론~~ 뭐야~~이건?

3년에서 길게는 5년차까지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받은 느낌은 편집자가 전문가는 아닌 것 같다는. 저자들이 쓰레기 원고를 주면 쓰레기 책이 나오고 저자들이 주옥 같은 원고를 주면 보석 같은 책이 나오고. 그렇게 생각했다. 프로그래밍 용어인 Garbage In, Garbage Out"처럼.

그런데, 이상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가 설계를 시작했다. 저자가 원고를 줄 때, 어~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독자들이 싫어할 텐데....
그래서 저자를 설득하고 원고의 방향 바꾸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이것도 실패를 많이 했다. 내가 기껏 저자를 설득해서 바꾼 방향이 독자의 냉랭한 반응으로 돌아온 적도 많았다. 그래도 이때부터 "컨셉"이 뭔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조금씩 지나면서, "아~ 편집자는 전문가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편집자는 전문가다. 그러나 저자도 훌륭한 편집자적 소양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 여기서 편집자적 소양은 설계전문가로서 편집자다. 독자의 절박한 요구를 누구보다 더 잘 잡아내고 이를 편집자답게 훌륭하게 구현하는 저자들이 많다. 일명 베스트작가들이다.

이런 작가들을 발굴하는 능력 또한 전문 편집자이다.
가능성이 있는 작가를 키우는 것 또한 전문 편집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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